복잡한 권력 싸움 속 인물들의 숨겨진 의미
어제 (4월2일) 개봉한 <로비>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기대하던 <로비>를 드디어 볼 수 있었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치열한 비즈니스 전쟁과 권력 암투를 다룬 이 작품이 내게 던진 질문들이 쉽게 떠나질 않았다.
하정우와 박병은의 팽팽한 대립,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관계가 만들어낸 긴장감은 영화 내내 나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특히 각 인물들의 성격과 상황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 몰입됐던 것 같다. 오늘은 영화 속 주요 캐릭터들을 한번 파헤쳐보며, 내가 느낀 그들의 의미를 정리해보려 한다.
1. 스타트업 대표 '창욱' -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창욱은 전형적인 이상주의적 창업가다. 연구와 기술에만 파묻혀 살아온 그에게 사업적 성공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그런데 현실은 냉정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의 좌절에 함께 가슴이 아팠다.
요즘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는 청년 실업률을 보면서 창욱의 절박함이 더 와닿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대 청년 실업률이 7%를 넘나들고, 체감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은 많은 청년들에게 마지막 희망처럼 여겨지지만, 창욱처럼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우와의 경쟁에서 밀려 기술과 기회를 빼앗기는 상황... 결국 창욱이 '로비'라는 비열한 게임에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원칙을 지키고 싶지만, 생존을 위해 타협해야 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우리 모두가 겪는 것 아닐까?
특히 김의성이 연기한 최실장을 포섭하려는 과정에서 보이는 그의 내적 갈등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데, 처음에는 비즈니스적 접근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깊은 정치적 게임에 발을 담그는 모습을 보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창욱의 의미
-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고민을 생생하게 대변하는 인물
-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자화상 (나도 직장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감수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
2. 라이벌 '광우' - 냉혹한 현실주의자
박병은이 연기한 광우는 창욱과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미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성공한 사업가로, 로비와 뒷거래를 마치 숨쉬듯 자연스럽게 해내는 현실주의자다. 창욱이 사업에서 계속 밀리는 이유도 결국 이런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느꼈다.
흥미로운 건 광우가 단순한 악역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능력자일 뿐, 기업 세계에서는 이런 행동이 오히려 강점으로 인정받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창욱이 점점 광우와 닮아가는 모습은 두 인물이 사실상 동전의 양면 같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과 스타트업의 관계를 보면 이런 모습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결국 자금력과 로비력을 갖춘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밀려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가 만든 승자독식 구도 속에서, 광우 같은 인물이 결국 승자로 남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광우의 의미
-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성공하는 법을 터득한 냉혹한 현실주의자
- "성공을 위해선 때로는 도덕과 윤리를 초월해야 한다"는 신념의 대변자
- 창욱의 대척점이자, 결국 그가 살아남기 위해 닮아가야만 하는 거울 같은 존재
3. 최실장 - 조력자인가, 적인가?
김의성이 연기한 최실장은 영화에서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조장관의 남편이자 실질적인 권력의 키를 쥐고 있는 그는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결코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는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느낀 건, 그가 철저하게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눈앞의 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계산한다. 창욱과 광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마지막까지 결정을 미루는 그의 모습은 권력자들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최근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생각해보면, 최실장 같은 인물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정치인들... 청년 실업 문제도 결국 이런 권력자들의 결정에 좌우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희망을 품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최실장의 의미
-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인 힘을 가진 정치적 실세의 모습
- 돈과 권력이 얽힌 복잡한 게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체득한 인물
- 창욱과 광우의 대립 구도를 조율하며 결과를 좌우하는 키 플레이어
4. 조장관 - 보이지 않는 권력의 중심
강말금이 연기한 조장관은 실제로 화면에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모든 갈등의 중심축이다. 국책사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그녀를 둘러싸고 창욱과 광우의 싸움이 벌어진다.
영화를 보며 조장관의 냉정하고 현실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결국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최실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 속 권력의 작동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결국 이런 '조장관'급 인물들이 아닐까? 정부 부처의 수장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동안,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조장관 같은 인물들이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조장관의 의미
-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핵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
- 로비와 뒷거래가 정치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거울
- 모든 갈등의 시작점이자, 해결의 열쇠를 쥔 인물
5. 로비팀 – 탐욕과 생존의 전쟁터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은 '로비팀'들이 한 공간에 모여 벌이는 한바탕 소동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며,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서로를 배신한다.
이 장면을 보며 나는 단순한 개인들의 싸움을 넘어, '로비'라는 시스템 자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목격하는 듯했다. 창욱과 광우의 대립은 사실 그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했고, 결국 가장 영리하게 움직인 사람이 승자가 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이 경험하는 취업 전쟁과 너무나 닮아있다.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청년들... 스펙을 쌓고, 인턴을 지원하고, 때로는 인맥을 동원하는 과정이 영화 속 로비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이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이후 더욱 악화된 취업 시장에서 청년들은 영화 속 창욱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인가, '당장 취직이 되는 일'을 할 것인가?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청년들이 결국 타협점을 찾아가는 모습이 영화 속 인물들과 오버랩된다.
로비팀의 의미
-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 성공을 위한 수단과 도덕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 사회의 모습
- 권력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협상과 배신이 불가피함을 보여주는 존재들
6. 영화 <로비>와 대한민국의 청년 현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이 자꾸 오버랩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0대 청년 실업률은 7%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 원치 않는 직장에서 일하는 청년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20%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영화 속 창욱처럼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관을 타협하게 된다. 원하던 분야가 아니어도, 조건이 좋지 않아도 일단 취업을 해야 하는 현실. 때로는 창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 길마저 험난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생존율이 3년 내 50% 미만이라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영화 속 창욱이 '로비'라는 게임에 발을 담그듯, 많은 청년들도 원치 않는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해간다. 중요한 건 이런 타협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한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치권... 영화 <로비>는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의 생각 – <로비>, 인간 군상의 축소판
영화관을 나오며 생각했다. <로비>는 단순한 비즈니스 영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권력 구조와 인간의 욕망을 날카롭게 들여다본 작품이다. 창욱이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변해가는 과정, 광우의 치밀한 전략, 최실장과 조장관의 보이지 않는 권력 행사...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광경 아닐까?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청년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 그 전쟁터의 한복판에 있었고, 지금도 많은 친구들이 그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7%를 넘나드는 청년 실업률 뒤에는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개인들이 있다.
이 영화가 특별했던 건, 단순히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가?'를 관객에게 묻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가 끝난 지금도 각 인물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
- 성공을 위해 나는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까?
-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실제로 얼마나 깨끗할까?
- 결국 권력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인가?
- 청년 실업 문제는 정말 해결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통해 어렴풋이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내 마음속에 남은 물음표들이다. 오늘도 뉴스를 보면서, 직장에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청년 실업률 통계를 접할 때마다, <로비>의 캐릭터들이 자꾸 떠오를 것 같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특히 현실의 청년 문제와 연결지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댓글로 공유해주세요!